초록. 파랑. 주황. 장난기 넘치는 패턴들이 겹쳐진. 콜라주 효과… 폴 스미스의 부드러운 이스트 미들랜즈 억양은 경쾌한 월드 뮤직 사운드트랙 위로 흘러나와, 더 오브의 <리틀 플러피 클라우드>를 연상시키는 멘즈웨어 헌사가 완성됐다. 우리는 밀라노 생수 배달원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플라스틱 크레이트 위에 앉아 있었다. 2003년 문을 연 그의 쇼룸—움브리아 거리에 위치한 볼베어링 창고를 개조한 공간—안에서.
수년간 이곳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번이 스미스의 첫 밀라노 패션쇼였다(패션 채널의 2004년 가을 시즌 캡션과는 달리). 그는 25년 전 아내 폴린과 함께 카이로 여행 중 길거리 시장에서 구입한 이집트 명소 사진이 담긴 핸드 틴티드 기념품 사진집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이 도시를 선택했다. "나일 강 펠루카 항해 전에 산 거예요,"라고 그는 설명했다.
최근 사무실 정리 중 재발견된 이 책은 컬렉션의 여러 모티프로 이어졌다. 금속 껍데기, 동전, 평화 부적은 넉넉한 베레모를 장식하거나 단추를 대체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의미를 얻는 시장에서의 발견을 은유했다. 크레프 셔츠와 니트웨어에 사용된 생동감 넘치는 물고기와 꽃 프린트는 이 책의 색상을 차용했다. "좀 어리석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질감 있는 코튼에 대해 스미스는 말했다, "물결 표면을 모방한 거예요.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리버 프린트’라고 불렀죠."
여행, 기억, 인생의 단계—이 보편적인 주제들이 컬렉션 전반에 흐르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느낌으로), 하지만 늘 유쾌한 스토리텔러인 스미스는 절제된 표현을 선택했다. 벨트 루프에 달린 "폴 스미스 호텔" 키체인이나 가방에 매단 악어 가죽 흉내 루게이지 태그 같은 장난기 가득한 디테일은 순간과 모험을 암시했다.
플레어 숏츠, 플랩 포켓 셔츠, 실키한 크레프 스모크는 중간 길이 양말과 날렵한 레이싱 스니커즈(혹은 부드러운 로퍼)와 어우러졌다. 중성적인 톤에 가끔 톡 튀는 컬러가 더해졌다. 니트 트윈셋은 스미스의 시그니처 스트라이프를 재해석했는데—미소니보다 각진 느낌은 덜하지만, 확실히 그의 스타일이 느껴졌다.
수트 소재에는 가벼운 울 모헤어와 실크 혼방 리넨이 사용됐으며, 스미스는 독특한 감각을 위해 이들을 변형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갈색 스웨이드 재킷—고급스럽지만 약간 투박한, <위드닐 앤 아이>에서 나올 법한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면 유쾌한 사운드트랙은? "의외의 방식으로 요소들을 섞는 거예요,"라고 스미스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