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는 인생의 다양한 단계를 함께해 왔다. 대학 시절 축구, 농구, 트랙 활동으로 단련된 근육질의 다리에서 성인이 되어 길고 날렵한 모습으로 변했고, 겨울엔 창백했다가 여름이면 쉽게 타는 피부를 가졌다. 이 다리는 무수한 계단을 오르내렸고 심지어 런웨이를 걷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종이 생기고 멍이 들며 주사 바늘 자국이 점점 많아졌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두껍고 갈색의 정맥이 이탈리아 대리석처럼 지그재그로 뻗어 있는 모습이 묘하게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이 정맥들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지난 11월 혈관 전문의는 기능이 저하된 정맥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정맥보다 해롭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체계적으로 문제 있는 정맥들을 막아가며, 몸이 더 건강한 경로로 혈액을 순환하도록 돕고 있다. 인체의 회복력은 놀랍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다리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틸라의 고슬릿 드레스에서 반짝이는 디스코 볼 같은 다리, 미스티 코플랜드의 <플라워>에서 보여준 우아한 움직임, 파리에서 세실리 반센의 러플 미니드레스를 과시하는 여성들, 캘빈 클라인 광고에서 릴리 콜린스가 보여준 타이츠 속 당당한 포즈까지. 심지어 내 피트니스 강사의 강인하고 든든해 보이는 다리도 부럽다. 요즘은 누구의 다리든 내 것보다 나아 보인다. 단순히 그들이 망설임 없이 다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망설였던 이유는, 이를 어떤 대단한 계시처럼 포장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을 SNS에 공유하지도 않았다. 과도한 공개가 내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내 상황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이제는 맨다리를 드러낼 수 없는 탓에 뉴욕의 겨울이 전혀 괴롭지 않다. 몇 주씩 착용하는 압박 스타킹은 보온층만큼 따뜻하고, 아디다스 트랙 팬츠에 블레이저를 매치해 ‘상의는 정장’ 스타일을 연출하는 등 스웨트팬츠를 세련되게 코디하는 재미도 발견했다. 미디 또는 롱 기장의 스커트나 드레스를 입을 때는 믿음직한 되앵 부츠로 가려야 할 부분을 잘 감춘다.
의상 조정을 넘어서, 진단 결과가 더 심각하지 않아서 감사하다. 이 나이가 되면 많은 친구들이 생검 결과를 기다리거나 낭종, 섬유종 등 예상치 못한 종양을 제거하고 있다. 어느 날은 아무 일 없듯 지나가다가, 다음 날 샤워 중 발견한 이상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그 불확실성은 무섭다. 그래서 비록 지금의 다리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치유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 모든 것은 내 운동에 춤을 더해간 한 해와 맞물려 있다. 신체 변화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며 내 몸이 할 수 있는 일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몸이 숨겨둔 능력을 발견할 때 느끼는 순수하고 단순한 기쁨이 있다. 그 깨달음은 댄스 플로어를 넘어, 내가 더욱 내 몸과 편해지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치료 과정에서 다리가 겪은 어려움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의사가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처음처럼 울지 않았다. 대신 6월까지 주수를 세며 스스로 약속했다. 이번 여름은 내 다리를 위한 계절이 될 것이라고.
두 번째 치료가 순조롭게 끝나면, 여름이 시작될 때쯤 완전히 회복될 예정이다. 이 예측불가의 세상에서 다시 ‘정상적으로’ 보일 다리를 상상하는 건 이상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여름의 확실함과 내 몸을 온전히 되찾을 희망 사이에서 나는 그 가능성을 굳게 믿는다. 햇살이 내리쬐길! 이번 여름은 내 다리를 뽐낼 계절이다. 초미니, 숏팬츠, 내 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42인치 다리를 드러낼 모든 스타일을 시도할 것이다. 평소 애용하던 맥시 드레스와 리넨 팬츠는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대담하게 다리를 드러내는 나를 위한 옷들이 기다리고 있다.
치료 비용이 대학원 2년 학비, 압축 부츠 155켤레, 혹은 작은 마을 전체에 럭셔리 스타킹을 선물할 만큼 비싸다는 걸 생각하면(다행히 보험 처리된다), 결과를 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제 옷장 속에서 그만큼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클로에의 봄 컬렉션은 블루머부터 부블헴 미니스커트까지 연한 뉴트럴 톤의 유혹적인 다리 노출 디자인으로 완벽한 영감을 줬다. 비대칭 커트의 롱 드레스조차 “다리를 해방하라”는 속삭임처럼 느껴졌다. 미우미우의 2022년 초숏 스커트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운데, 샌디 리앙의 추억적인 스쿨걸 스타일과 울라 존슨의 실용적인 카고 쇼츠 등 Y2K 복고 트렌드는 여름 모험에 안성맞춤이다.
최근 들어 새로운 통증이나 피부 변화가 생길 때마다 나이 드는 것이 실감나며, “이런 스타일을 내가 입기엔 너무 나이 들었나?”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나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여성들은 나이에 구애받지 말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정말 사회가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애초에 이런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진실은 나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축하할 일이든 겸손해질 일이든, 무수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 않다고 믿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니콜 키드먼이 2022년 배니티 페어 표지에서 54세의 나이로 미우미우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등장했을 때, 나이와 미적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대담함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다리는 환상적이었다.)
나는 이미 정맥 치료, 초음파 검사, 회복 기간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외에 다른 감정을 허비할 시간이 없다. 보여줄 만한 결과를 얻기까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한 가지 전에는 몰랐던 점은, 치료를 시작한 후 다리의 감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루가 끝날 때 무겁고 아프던 느낌이 줄었고, 예리하고 지속적인 경련으로 깨는 일도 사라졌다. 다리가 가벼워지고 강해진 기분이 들어, 걸음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놀라운 변화다. 이제 이 다리를 빛내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