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빈이 애정했던 디자이너로는 캐서린 워커(Catherine Walker), 에마누엘(Emanuel), 브루스 올드필드(Bruce Oldfield), 베르사체(Versace) 등이 꼽힌니다. 하지만 덜 알려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가 있었으니, 1958년 벨린다 벨빌(Belinda Bellville)과 최근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사순(David Sassoon)이 공동 설립한 영국 코튀르 하우스 벨빌 사순(Bellville Sassoon)입니다.
다이애나와 이 브랜드의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약혼 사진 촬영을 위한 의상을 찾던 그녀는 브랜드의 나이트스브리지(Nightsbridge) 매장을 방문했으나, 점원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하로즈(Harrods)를 가보라고 권유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2021년 켄싱턴 궁전에서 전시를 기획한 왕실 큐레이터 매튜 스토리(Matthew Storey)가 전했습니다.
다행히 다이애나는 오랜 벨빌 사순 고객이었던 어머니 프랜시스 샌드 키드(Frances Shand Kydd)와 함께 다시 매장을 찾았고, 결혼식 후 입을 복숭아색 실크 드레스에 흰색 러플 칼라를 더한 “고잉 어웨이(going away)” 복장을 의뢰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벨빌 사순과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관계가 그녀의 나이 고작 19세 때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라고 빈티지 컬렉터이자 쉬림튼 코튀르(Shrimpton Couture) 창립자 셰리 발치(Cherie Balch)는 설명합니다. “이후 평생에 걸친 협업이 이어졌죠. 두 디자이너는 그녀를 위해 70점이 넘는 의상을 만들었어요.”
이 중에는 1982년 시사회에서 입은 빨간 비즈 장식 드레스, 같은 해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 갤라에서 선보인 연한 파랑 쉬폰 드레스, 1988년 폴로 경기장에서 유명세를 탄 플로럴 티 드레스 등 그녀의 가장 상징적인 스타일링이 다수 포함됩니다.
1980년대 후반 합류한 로컨 멀러니(Lorcan Mullany)가 현재 이끌고 있는 벨빌 사순은 전성기 때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재키 케네디(Jackie Kennedy),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같은 스타들도 입혔지만, 브랜드의 유산은 다이애나와 가장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왕실 패션 규범을 깼지만 결과는 매혹적이면서도 대중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습니다”라고 사순은 에서 기록했습니다. “다이애나는 왕실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죠. 이는 결코 작은 업적이 아닙니다. 벨린다, 로컨, 그리고 저는 그 과정에 함께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