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런웨이 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브라이덜 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시그니처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패션쇼 웨딩드레스는 항상 존재해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비안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35년 동안 매번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왔어요. 항상 막판에 결정되죠. 쇼 몇 일 전이 되어서야 ‘자, 웨딩드레스는 뭐로 할까? 아, 웨딩드레스가 필요해. 정말 필요한 걸까?’ 이런 질문들이 쏟아지지만 결국 항상 만들어요.”
그러나 이번 목요일 저녁, 크론탈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패션위크의 하이라이트로 오롯이 브라이덜에 집중한 런웨이 쇼를 선보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웨딩드레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브랜드의 주요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전용 아뜰리에, 전 세계 43개의 독점 리테일러, 시그니처 코르셋 스타일을 입고 싶어하는 무수한 신부들이 그 증거다. “웨딩은 우리 브랜드 정체성의 아름답고 중요한 부분이에요.” 크론탈러는 말한다. “점점 성장하자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되었죠.” 그의 말 속에는 웨딩 룩 디자인이 자신의 로맨틱한 면모와 통한다는 점이 묻어난다. “우리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결혼은 함께 인생을 나누겠다는 약속이니 큰 의미가 있죠.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어떻게 공유할지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요. 그러면 힘든 일은 반으로, 기쁜 일은 두 배로 느껴지죠.” (크론탈러는 이 말의 진정성을 증명하듯, 브랜드의 이름이 된 고(故)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30년 가까이 부부로 지냈다.)
그는 자신이 웨딩드레스에 관해선 비교적 전통적인 편이라고 생각하지만(특히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위한 아방가르드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신부가 진정으로 특별함을 느끼길 바란다.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기 어려워요. 평소 우리 옷을 입지 않거나 일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신부도 이 특별한 순간만큼은 비비안을 찾죠. 우리는 여성이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놀랍도록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데 탁월해요.” 코르셋은 브라이덜 디자인의 핵심 요소이지만, 지퍼 클로저, 교체 가능한 스커트, 탈부착 가능한 트레인 등 편안함과 유연성도 중시된다. “탑은 항상 구조적이고 정교하지만 스커트는 쉽게 바꿀 수 있어요—과도한 비용 없이도 드레스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수 있죠.” 크론탈러가 설명한다. “저는 그런 즉흥성을 사랑해요. 드레이핑이 고정되지 않고 항상 움직임이 있죠.”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패션위크의 헤드라이너로 선정된 것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브라이덜 부문에 큰 도약이었다. (이 행사는 며칠간의 런웨이 쇼와 대규모 브라이덜 무역 박람회로 구성된다.) “새로운 도전이라 어렵지만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어요.” 크론탈러가 말한다. “처음엔 온통 하얀 세계에 빠지죠. 각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해요.” 쇼를 기획하면서 그는 상업적인 디자인과 과감한 드라마틱한 룩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 “물론 이건 패션쇼—환상이 핵심이죠. 하지만 현실의 요소도 약간 넣고 싶었어요.”
클래식한 웨딩 화이트가 컬렉션의 주를 이뤘지만, 블러시 톤, 비비안 웨스트우드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로즈 프린트, 그리고 약간의 블루 액센트도 등장했다. “밝은 색상은 아름답지만 각자의 피부톤이 다르죠… 때로 로즈빛으로 넘어가는 톤이 사랑스럽습니다.” 크론탈러는 해외 브라이덜 고객들이 자신의 문화적 전통에 맞는 대체 색상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컬렉션에는 현대적인 신부를 위한 테일러링 옵션도 풍부했다. “매우 남성적인 수트—’그의 재킷을 훔치는’ 컨셉이에요.” 디자이너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함께 설명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모든 성별의 모델을 기용해 다양한 룩을 선보였으며, 크론탈러 자신도 흰색 베일, 플로럴 보아, 플로어 렝스 스커트—그리고 티셔츠 차림으로 쇼를 마무리했다. (전날 그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남자 모델도 멋질 거예요”라고 암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쇼를 위해 새로 제작되었지만, 크론탈러는 브랜드의 인상적인 아카이브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오프닝을 장식한 가운은 1995년 컬렉션을 위해 고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프랑수아 부셰의 로코코 풍 그림 속 퐁파두르 부인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비비안이 사랑했고, 제가 사랑했으며, 우리가 함께 흠뻑 빠졌던 작품이에요.” 고(故)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했던 런던의 월레스 컬렉션 박물관에 전시된 이 유명한 예술작품에 대해 크론탈러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 속 여인의 드레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에요.”
크론탈러는 이번에 처음으로 그 화려한 가운을 흰색으로 재현하고, 80년대 비비안 웨스트우드 쇼에 서던 모델 시모네타 잔펠리치가 런웨이에서 이를 입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비비안을 계속 떠올렸어요.” 그는 회상한다. “그녀도 분명 좋아했을 거예요. 정말 사랑했을 거라고 확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