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테일러 앤드류 M. 램루프 OBE가 1974년 사빌 로우의 모리스 세드웰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는 고객 응대 직무에 유색인종이 전혀 없던 시절을 기억한다. 트리니다드에서 태어난 램루프는 1970년 영국으로 건너와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펼치려 했지만, 다른 회사에서 “외국인”은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백오피스에서 일하라고 권유받았다.

1988년,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공부를 마친 램루프는 모리스 세드웰을 인수하며 사빌 로우 최초의 흑인 사업주로 역사를 썼다. 오늘날까지도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며 저명한 고객들을 위한 탁월한 수트를 제작하고 있다.

“인체 위에 천을 조각하는 사토리얼 아트야말로 모리스 세드웰 브랜드의 정체성입니다.” 램루프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최초’가 된 이유는 졸업 당시 아무도 저를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억양도, 피부색도, 시대적 분위기도 맞지 않았지만, 오로지 스스로를 위해 인내했습니다.”

테일링계의 전설이 된 램루프는 흑인 기업가들이 산업 내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시대에 명성을 쌓았다. “초고급 맞춤 양복 업계에서 마주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진정 중요한 것은 후대를 위한 길을 여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 사명이었죠.”

2008년, 그는 차세대 엘리트 장인을 양성하기 위한 최고의 테일링 학교인 ‘사빌 로우 베스포크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사빌 로우는 치열한 경쟁의 장입니다. 탁월함이 기준이죠.” 램루프는 설명한다. “우리는 최상의 장인 정신에 집중하며 다양한 배경의 테일러들이 자신만의 컬렉션을 론칭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글로벌 확장이 목표입니다.”

램루프의 개인적 스타일은 그의 업적만큼이나 독보적이다. 언제나 흠잡을 데 없이 정장을 차려입는 그는 자신의 워드로브에서도 대담한 테일링을 추구한다. “패션은 덧없지만 스타일은 영원합니다. 상상력 없이 규칙만 따르는 건 지루하죠.”

2025년 메트 갤라가 ‘블랙 댄디즘’을 주제로 기념하는 가운데, 램루프의 작품은 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 전시에 소개된다. 모리스 세드웰을 위해 제작한 그의 눈부신 레드 실크 패턴 턱시도 재킷도 포함되어 있다.

그의 유산이 인정받으며, 램루프는 세상이 테일링을 넘어 흑인의 탁월함을 알아주길 바란다. “사람들이 옷을 통해 드러나는 테일러의 예술성을 보길 원합니다. 블랙 댄디들은 귀족적 드레싱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죠. 스타일은 개성입니다. 그들은 우아함과 품위의 창조자들입니다.”

“몇몇은 매너를 갖췄고, 다른 이들은 단지 옷을 입었을 뿐이다.” 모리스 세드웰의 디자인.
사진: 앤드류 램루프 제공